몇년 전인지는정확하게 기억이 안나는데 아마도 5-6년 정도 전의 일이었을 겁니다.

소개팅에 나온 그녀는 아름다웠습니다. 누굴 닮았느냐고 물으신다면 주저없이 하수빈이라고 소리 칠 정도로 하늘하늘 야윈 여인네였지요.

우리 둘은 대화가 통했습니다. 원래 상대방 남자의 외모가 마음에 안들면 대화마저 안 통하기 마련이지만, 남자 얼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그녀답게 기적적으로 우리 둘은 대화가 통하였습니다.

약간의 알콜과 함께 시시콜콜한 이야기마저도 즐거웠던 우리. 우리는 술집에서 나와 차 한잔을 마시기 위해 신촌 길바닥을 정처없이 걸어다녔습니다.

그리고 우리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개 한 마리. 동물 애호가라는 그녀답게 묶여있는 개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 손을 내밀며 개를 귀여워 해주는 그녀.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저는 가벼운 농담으로 우리 둘 사이를 보다 친밀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. 대화는 통하였지만 농담이란 농담은 죄다 씹힌 저로서는 -_-; 알고보면 나도 재미있는 남자란 사실을 그녀에게 각인시켜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지요. 그래서 농담이라는 듯 킥킥 웃으며 -_-; 그녀의 내민 손바닥을 연신 핥고 있는 개를 향해 외쳤습니다.

"물어! 콱 물어버려!"

물론 농담이었습니다. 설마 제가 몇 시간 전에 소개팅에서 만난, 하수빈을 닮은 그녀의 손이 개에게 물려서 피범벅이 되는 걸 원하였겠습니까? 그녀도 알고 있었습니다. 외모는 중하지만 -_-; 딱히 나빠보이지는 않는 이 남자가 그저 농담 삼아 개에게 자신의 손을 물어보라고 시키는 걸 모를리 없었지요.

하지만 개는 진지했습니다. -_-; 아마도 개 주인이 날마다 연습이라도 시켰나 봅니다. 누가 들어도 농담으로 들리는 물어! 라는 명령에 개는 주저하지 않고 그 여인네의 손을 덥썩 물어버렸습니다.


그녀도 놀랐고 저도 놀랐습니다. 예상치 않게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자 개마저도 놀라서 물고 있던 손을 바로 놓더군요.


다행스럽게도 그녀의 손은 멀쩡했습니다. 하지만 놀람과 고통에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는 제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더군요. -_-;

그리고나서 그녀는 황급히 자리를 떴고, 변변한 변명 한 하지 못한 저도 휘청휘청 집으로 돌아왔습니다.

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녀와의 인연은 거기서 끝나버렸습니다. 하수빈을 닮은 그녀는 그 후로 길가에 묶여있는 개를 때마다 자신을 물라고 소리치던 한 미치광이 남자를 떠올렸겠지요. -_-;

소개팅에서 상대방 여성을 웃기는 것도 중요하지만,

언제나 과욕은 금물입니다. -_-;

하수빈을 잃은 댓가로 얻은 교훈 -_-;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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